블로터(BLOTER), 2016. 04. 24 | [기사원문링크: http://www.bloter.net/archives/255003 ]

유구한 농경사회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농업은 무척이나 익숙한 산업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농업의 규모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나는 지금 흙을 파먹고 살지만, 내 아들만큼은 도시로 보내야겠다’는 흔해빠진 성공 신화는 중심 도시 위주의 거점 개발 정책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냈다. 농업으로의 신규 인력 유입을 급격히 낮췄다. 덕분에 이제 농업의 주체는 ‘거의’ 완전히 노령층이다. 시골로 내려가도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테크 하는 사람은 농업을 모르고, 농업 하는 사람은 테크를 모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접근이 잘 안 됩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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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농업이 ‘차세대 미래 먹거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4월21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농부와 농업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애그리테크 디파티(Agri tech D.Party)’를 열었다. ‘애그리테크’란 농업 분야와 IT의 접목을 시도하는 분야를 지칭한다. 행사에는 농업분야 혁신을 주도하는 창업자, 투자자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여해 농업 혁신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디캠프의 김광현 센터장은 “테크분야에서 농업은 상대적으로 무주공산”이라며 “먼저 말뚝 박는 사람이 임자인 시대에 (농업테크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기조 발표자로 나선 전영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팀장은 “농업은 전 세계 13억명이 종사하는 거대산업”임을 언급하며, 앞으로의 농업산업 규모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이 늘어나면 곡물도 늘어나야 하고, 고기를 먹으려 해도 사료용 곡물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농업은 전통적으로 봄에 씨앗 뿌리고, 가을에 회수하는 식이라 몹시 느리다. 때문에 농업에서 기술의 발전이 병행돼야 나중의 소비를 감당할 수 있다. 전영걸 팀장은 “여기에 필요한 건 혁신적인 기술, 농업 기술 벤처를 하는 여러분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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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션은 농업의 근간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는 ‘푸마시‘의 김용현 대표가 맡았다. 푸마시는 농촌의 구인자와 도시의 구직자를 매칭해주는 일자리 직거래 플랫폼이다. 일종의 인력사무소와 유사한 서비스다.

농가가 직·간접적으로 구인정보를 스마트폰 앱 푸마시에 등록하면 인력정보를 받을 수 있다. 푸마시는 지자체 일자리센터 및 비영리단체, 귀농귀촌센터 등과 협업을 진행해 구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속적인 일자리 공급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어서 농가가 인건비에 쓰는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게 목표다. 구직자는 상당한 일당을 챙기는 것은 물론, 귀농의 전 단계로 농업을 체험해보는 경험으로 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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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원’ 차이에 주목해서 유통시장의 변화를 꾀하는 ‘농사펀드‘도 자리했다. 농부들이 제초제를 뿌려가며 농사를 하는 이유는 몇 백원에 있다. 채소·과일 당 가격을 몇 백원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크고, 예쁘고, 반짝거리는 사회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영농자금, 판로확보와 연관되는 문제다.

농사펀드는 영농자금의 안정적인 마련을 위해 펀드 형식을 도입했다. 농부는 빚 없이 더 좋은 농산물을 만들 수 있고, 소비자는 질 좋은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농사가 가지는 리스크를 투자자도 부담하는 구조기 때문에, 현재는 태풍이나 병충해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다만 농사펀드 측은 거래 농가의 규모가 커지면 보험상품 등을 개발해서 보완할 계획이다.

현재는 소비자 상대의 사업이지만, 조그만 업체와 거래도 개발 중이다. 작은 레스토랑 단위에서 농사펀드를 통해 식재료를 조달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온다. 농사펀드는 정기과금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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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농장이 아니라 개인화된 농장을 꿈꾸는 제품도 이목을 끌었다. ‘엔씽‘의 핵심 아이디어는  ‘딱 하나의 식물’이다. 엔씽의 ‘플랜티’는 작은 화분 같은 제품이다. 다만 일반적인 화분과 다르다. 인터넷에 연결이 돼 있고, 센서를 달아놨기 때문에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향후 레고처럼 연결을 통해 확장하는 제품도 구상 중이다. 블록 형태의 작은 팜을 여러개 연결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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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션은 ‘스마트 파밍’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만나씨에이’ 전태병 공동대표는 동업자들과 함께 2014년에 700평 규모, 연 매출 7천만원 수준의 장미 재배 농장을 인수해 2년 만에 연매출 19.2억원짜리 농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만나씨에이는 ‘아쿠아포닉스’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일종의 수경재배 방식이다. 물고기를 양식하고,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배산물을 식물의 양분으로 만든다. 이렇게 유기농 농산물을 키워내고, 깨끗해진 물은 다시 물고기에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사료값만 들기 때문에 비용이 감소한다는 장점도 있다.

농장제어시스템도 직접 개발해서 사용한다. 서버를 구축하고 농장을 자동화했다. 머신러닝도 활용한다. 2016년부터는 농장 생산물도 판매에 들어갔다. 수경재배의 장점을 살려 뿌리째 상온 택배로 배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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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정보시스템을 만드는 ‘팜패스‘의 장유섭 대표도 자리해 생각을 나눴다. 팜패스는 ‘애그리시스’라는 소프트웨어와 ‘팜내비’라는 환경제어시스템을 함께 만들고 있다. 농업경영지원시스템 애그리시스는 생산, 출하, 소비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농업경영관리 솔루션이다. 출하관리, 판매관리, 회계관리, 거래처관리, 조합원관리 등이 가능하다. 장유섭 대표는 “4년 전 처음 만들 때 ‘단순하게, 농민들이 몇 분 안에 사용법을 숙지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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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참외 하우스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는 ‘유비엔‘의 장관집 실장은 국내 하우스 농업의 현실을 알려줬다. 장관집 실장은 “농민들이 경험과 감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천재지변에 대한 대비가 아주 취약하다”라고 말했다. 참외농사와 같은 시설 원예는 80~90%가 단동형-소형-비정밀 하우스에서 이뤄진다. 현재 국내는 연동형 하우스에 비해 단동형 스마트팜 개발이 저조한 형편이다. 유비엔은 중계기를 달아 메인 컨트롤러 하나로 비닐하우스 동별 제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비엔은 향후 동별로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해서 농업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김광형 디캠프 센터장은 “상상력을 발휘해 전통적인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하면 많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애그리테크 디파티를 계기로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혁신하려는 분들이 활발하게 교류에 농업 혁신을 주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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