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2.27 | [기사원문링크: http://news.chosun.com/misaeng/site/data/html_dir/2017/02/27/2017022700896.html ]

건조하면 “물 달라” 신호하는 화분 만들어
외삼촌 회사에서 농사, 회계, 지게차 운전까지
귀농자 위한 농업용 센서, 고급 신선식품 브랜드 만들 계획

화분에 심은 식물을 죽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물을 주지 않아 잎사귀가 바싹 마르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는 것. ‘관심이 없어서’ 혹은 ‘애정이 넘쳐서’ 식물이 죽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나선이가 있다. 김혜연(32) 엔씽(nthing) 대표. 엔씽은 스마트 화분 ‘플랜티’ 제작 스타트업이다.

‘물이 부족합니다’, ‘춥습니다’, ‘광합성이 필요합니다’

화분에 박아놓은 온도·조도·습도 센서가 작물에 맞는 최적의 환경을 파악한다. 필요한 정보를 주인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낸다. 그는 ‘식물판 다마고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마고치는 1996년 일본에서 나온 디지털 애완동물 사육 게임기다.

2015년 11월 KDB산업은행이 2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투자사 엠파워 인베스트먼트(Empower Investment)가 50만달러(약 6억원)을 투자했다.

김혜연 엔씽 대표./김혜연 대표 제공

화분을 관리하는 사람이 귀찮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농업 기술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드닝(gardening)이나 화분은 반대예요.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키워보려고 화분을 집에 들여놓습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식물이 잘 자라면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자동으로 식물을 키우는 방법도 있습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합니다. 화분에 연결한 물통에 물을 담아뒀다가 습도가 일정 수준을 밑돌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이런 방법은 피했습니다. 화분이 사람을 최대한 귀찮게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엔씽이 만든 스마트 화분 플랜티 모습./엔씽 제공

◇ 고등학생 시절 홈페이지 만들어주고 용돈 벌기도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다. “고등학교에서 친구·후배들과 컴퓨터 동아리를 만들고 학교 홈페이지를 관리했습니다. 학교 주변 문방구나 작은 식당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10만~30만원씩 받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가야하나 고민도 했다. “컴퓨터로 사업을 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2004년 한양대 전자통신공학부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공은 살리면서 다양한 일을 해보기로 했다.

어쿠스틱밴드 동아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2007년 여름, 군 제대 후에는 3개월간 연예인 매니저 생활도 했다. “운전만 하는 로드매니저였습니다. 배우를 촬영장에 데려다주고 하루 종일 기다리는 그런 역할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나갈 때도 있고, 한숨도 못잘 때도 있었습니다.”

플랜티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할 수 있다./엔씽 제공

 ◇ 외삼촌 회사에서 농사 처음 경험, 회계부터 지게차 운전까지

-화분 사업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습니까

“2010년쯤 외삼촌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포천에 있는 작은 농자재 회사였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짓거나 관수 펌프 만드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매출 2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작은 회사라 회계, 재고정리, 지게차 운전까지 다 해봤습니다.”

이때 농업을 처음 접했다. “외삼촌 회사와 우즈베키스탄 사업자가 연계해 합작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나라로 건너가 비닐하우스를 지어주고 한국 농업방식으로 토마토 농사를 지었습니다.” 수확한 작물을 전량 러시아로 수출했다. “지금은 그곳에서 2000만달러(약 250억원) 가량을 수출한다고 합니다.”

외삼촌의 회사는 잘 됐지만, 자기 사업을 하고 싶었다. 농사는 사업 아이템의 기반이었다. IT를 접목해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대규모 농사에 접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가장 작은 단위의 농사를 생각했습니다. 그게 화분이었습니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도심 농장(왼쪽), 엔씽의 실내 농장 모습(오른쪽),/엔씽 제공

◇귀농자 위한 농업용 센서, 고급 신선식품 브랜드 만들 계획

화분에 IT기술을 결합해 주인에게 식물의 상태를 알려주는 화분을 고안했다. 2013년, 구글과 미래부가 함께 주최한 글로벌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과했다. “학교에서 창업 동아리를 조직하고 친구 6명이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화분 자체는 간단한 구조였습니다. 센서를 달아두고 습도가 낮으면 화분에 담아둔 물이 자동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온도, 조도 센서도 달았습니다.” 그 해 구글이 선택한 글로벌 진출 경쟁력 있는 5개 스타트업 중 하나에 뽑혔다. 상금 4000만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 창업했나요?

“2014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사업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직접 팔아야 할 제품을 내놓은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화분을 사용하는지, 어떤 작물을 키우는지, 재배일지는 어떻게 쓰는지도 알아보고 연구해습니다. 그렇게 나온 게 스마트 화분 ‘플랜티’입니다.”

플랜티 가격은 11만 9000원. 김 대표는 “화분이 좀 비싸기는 하다”고 말했다. 2015년 4월 이 화분을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올려 10만 3000달러(약 1억 2000만원)를 모았다. 사겠다는 사람이 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저희가 가려는 방향은 스마트 팜 입니다. 플랜티는 이런 비전을 보여주는 작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팔고있지는 못하지만 이 가격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엔씽이 운영하는 딸기 농장과 딸기 밭에 꼽아놓은 센서 모습./엔씽 제공

-화분만 만듭니까

“최근에는 시흥에 500평 규모의 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도 센서를 달아놓고 인터넷에 연결해 농장 상황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도시 재생사업 마을 텃밭에 들어가는 센서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도심에서 누구나 농사지을 수 있도록 컨테이터팜 모듈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시흥 딸기 농장이 완전한 스마트 농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완전하다고 말하려면 모든 변수를 고려해 컴퓨터가 관리해야 합니다. 사람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바람, 햇빛, 습도 이런 걸 모두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어느 정도는 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습니까

“저희가 개발한 센서를 이용해서 귀농·귀촌하는 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농사지을 때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입니다. 작물 상태를 영상으로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농사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농사 지으려면 노하우가 필요하다, 4~5번 망해봐야 좀 안다’는 말이 싫다고 했다. “그렇게 망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됩니까.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고, IT 기술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키운 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팔 수 있도록 하는 유통망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농사 지식이나 기술을 공유하고 소비자와 농부들을 직접 연결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농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신선식품 브랜드도 만들 계획입니다. 농약 없이 키운 작물을 소비자에게 살아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살아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겁니다. 냉장 보관 제품이 아니라 화분에 담아 전달하는 고급 채소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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