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ppss), 2017. 05. 22 | [기사원문링크: http://ppss.kr/archives/115102 ]

도시에만 살다 보면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른다. 흙과 멀리 떨어지면서 농업에 대한 애정도 희미해졌다. 국민 대부분이 아파트에 사는 우리나라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자연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서 정서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렵고, 집 안에 머물고 있을 때마저 환기하기 꺼림칙하다.

그럼 집 안에서 채소를 키워보면 어떨까? 도시 텃밭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집 안에 텃밭을 옮겨 놓는 것도 좋다. 가끔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집 안에서 상추와 치커리 등 다양한 채소를 바로 수확해서 먹을 수도 있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을까? 내가 나만의 방법으로 키운 특제 채소를 함께 나눈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신나지 않는가.

또한 집 안에 식물을 키우면 실내에 수분을 공급해 건조하지 않다. 집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화학물질을 필터링하는 역할도 한다. 식물뿐 아니라 재배 상자의 토양과 유기물도 화학물질을 잡아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흙을 북돋아 주는 경험은 어떨까? 아마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다. 기술은 우리가 꿈꾸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농업이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가 뭘까. 이런 목적에 딱 맞는 ‘텃밭 재배 상자‘라는 게 있다.

텃밭 재배 상자에서 자라는 채소들.

텃밭 재배 상자는 농촌진흥청에서 만든 가정용 채소 재배장치이다. LED 광원이 있어서 베란다에 내다 놓아 햇볕을 쪼일 필요도 없고, 흙을 항상 촉촉하게 적셔주는 심지가 있어서 물 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작물 재배를 위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다. 작물별로 적당한 토양과 퇴비, 종자까지 모두 쉽게 구할 수 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여유로운 마음이다.

재배에 필요한 배합토와 양분 역할을 하는 퇴비는 그냥 적당히 버무려 부드럽게 섞어주면 된다. 베란다에서 태양광을 쪼이게 해도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때는 LED 광원이 부착된 재배 상자를 이용하면 된다. LED 빛만으로도 채소는 충분히 잘 자란다.

서랍은 물을 채우는 용도다. 심지를 통해 재배 상자에 물을 공급한다.

좀 더 관심이 있다면 스마트하게 재배 상자를 바꾸어 보는 것도 좋다. 스마트팜 장치를 만드는 엔씽(n.thing) 같은 기업의 센서와 앱을 이용해서 재배 상자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가능하다. 집 안에서 스마트팜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 신나지 아니한가.

이런 장치는 집 안에 두는 것도 좋겠지만 학교나 유치원에 두는 것도 좋다. 우리가 먹는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일일 게다. 도시에서 느끼는 농촌, 그게 실제와 좀 차이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허브작물도 잘 자란다. 달리 방향제를 뿌릴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농장을 도시로 옮기는 것을 넘어서 식물을 적극적으로 우리 생활로 끌어들이면 어떨까? 텃밭 재배 상자는 물을 줄 필요가 없고, 태양광이 필요가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식물을 키우는데 장소의 제약이 완전히 사라졌다. 어디에든 어떤 형태로든 설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지하 공간에도.

LED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은 조명장치로도 손색이 없다. 수족관을 취미로 하는 ‘물생활’ 사람들은 수족관을 바라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식물을 키우는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례에서 식물을 키우는 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꼭 삼겹살과 취미로 한정해서 그 역할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산업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재배 상자는 어디든 놓을 수 있다. 서재에서 서가의 중심에 위치할 수도 있고, 가전제품 매장의 텔레비전과 함께 나란히 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쓰임새는 무한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부엌 인테리어에 재배 상자가 쓰이고 있다. 이름해 키친 가든(kitchen garden).

키친 가든.

영화 ‘레옹’에서 레옹은 거처를 옮길 때마다 항상 한 포기의 화분을 함께한다. 아니, 이삿짐이라고는 화분밖에 없는 듯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화분을 올려놓음으로써 새로운 집에 대한 신고식을 마친다. 레옹이나 마틸다에게 그 식물은 어찌 보면 ‘마지막 잎새’였는지도 모르겠다. 또 영화 ‘월-E’에서는 한 포기의 어린 식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듯 식물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이 될 수 있다. 그 식물을 매개로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레옹’.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다가 번번이 죽여버려서 포기했다면, 다시 한번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이번에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단순한 취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얻을지도 모른다.

원문: 에코타운(eco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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