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업, 2017. 06. 23 | [기사원문링크: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286009 ]

구닥다리 취급받던 1차 산업에서 기회 찾는 스타트업들

3년차 스타트업 엔씽’은 도시 속 스마트 농장을 운영하는 농업 벤처다. 엔씽의 농장엔 스마트폰과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달려 있어 온도·토양 습도·일조량 등의 정보를 어디서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하고 원격 관리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농사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개인용 스마트 화분도 개발했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의식주는 인간과 뗄 수 없는 3대 요소”라며 농업에서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위부터) 엔씽이 개발한 스마트화분 플랜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구동 모습, 사무실에서 제품 회의 중인 김혜연 대표(사진 오른쪽) 모습. [자료제공=엔씽]

‘사양 산업’으로 치부됐던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스타트업이 진입하려 하는 시장은 주로 금융·서비스업 등 3차 산업이나 게임·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같은 정보통신(IT) 분야 등 이른바 첨단’의 외양을 띈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2~3년간 수많은 스타트업이  분야에 몰리면서 레드오션’화 되고 있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별다른 성과 없이 무너지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과거 구닥다리’ 취급을 받던 농업은 최근 스타트업의 프런티어(신개척지)’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엔씽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생산 및 가공·유통 시장 규모는 117조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O2O 서비스 시장의 55배(2조1,000억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발표), IT 시장의 3배(31조9,500억원·한국IDC 발표) 수준이다. 이미 시장의 파이가 큰 농업이야말로 세상에 없던 시장을 찾거나 만들어내야 하는 무중생유(無中生有)’의 고통을 다소 덜 수 있단 이야기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서 정리한 글로벌 어그 테크 스타트업들. 스마트 농장, 드론 농업, 축산 데이터 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출처=CB인사이츠 블로그]

전 세계적으로도 농업 분야는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 관련 스타트업에 흘러 들어간 글로벌 투자금은 2억9,700만달러(약 3,395억원)로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최근 전통 산업군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는 분야가 꼭 농업만 있는 건 아니다. 축산·양봉 등의 다양한 형태의 1차 산업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 스타트업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IT 기술을 이용해 낙후된 산업 구조를 개선하거나, 기존 업종에 차별화 포인트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퍼플오션’ 전략을 꾀하며 1차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네트웍스를 공동 창업한 서영직 사장(사진 왼쪽)과 김기봉 대표(사진 오른쪽). 아래는 축산유통플랫폼 미트박스의 앱 화면. [자료제공=글로벌네트웍스]

실제 축산물 직거래 서비스 미트박스’를 운영하는 글로벌네트웍스’는 축산계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와 외상 거래 관행을 개선해 대박’을 거뒀다. 글로벌네트웍스는 축산물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직거래 플랫폼을 구축 창업 3년만에 월거래액 70억원을 넘어섰다. 소프트뱅크벤처스·알토스벤처스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에서 총 11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는 축산업 등 전통 분야는 수요·공급 양쪽의 시장 크기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라며 우리는 시장의 일부 모순된 관행을 IT로 해결함으로써 기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사업 과녁’을 양봉에 맞춘 스타트업들도 있다. 천연 벌꿀을 만드는 허니스푼’과 도심 양봉 사업을 벌이는 어반비즈서울’이 그 주인공. 2013년 문을 연 어반비즈서울은 공공기관·기업 등이 빌려준 공간에서 벌을 키워 꿀을 수확하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양봉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환경 파괴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꿀벌 개체 수도 보호하면서 경제적 이득도 얻는 것. 산림청의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CJ대한통운·버츠비 등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시계방향으로)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와 어반비즈서울이 수확한 꿀 모습. 허니스푼에서 판매하는 튜브형과 스틱형 꿀 [자료제공=어반비즈서울,허니스푼]

허니스푼의 이민진 대표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뒤 사업에 혁신성을 더한 케이스. 다른 천연 벌꿀 업체들과 디자인·상품군 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꿀에 대한 올드’한 이미지에서 탈피한 덕에 롯데액셀러레이터’의 1호 기업으로 선정돼 자금 지원을 받았고, 백화점·면세점 등에 입점하며 사업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 규모는 다섯 명에 불과하지만 명절 시즌엔 일 매출 400만원을 내고 있다”며 처음엔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생각했지만 이미 포화 시장이란 판단에 사업 아이템을 변경했는데, 결과적으론 오히려 더 빠르게 소비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식량난과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식량 생산 산업이 유망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로저스 회장은 3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서울대 학생들에게 여기 경운기를 몰 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며 당신들이 은퇴할 때쯤이면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모두가 농업을 등한시하고 도시로 몰려나올 때 반대로 농부가 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MBA는 필요 없다, 당장 농대로 가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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