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UTION - 국내농장 팀] 박성훈 크루

'엔씽'이라는 탐사선의 무빙 엔진을 달구다.


건강한 식재료와 먹거리를 위한 농부의 마음으로

‘엔씽’이라는 탐사선의 무빙 엔진을 달구다


엔씽의 미래에서 온 사나이 

큐브 농장을 운영하는 국내농장팀 팀장 박성훈


박성훈 님


파이어니어 스피릿(Pioneer Spirit)...? 그런가.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탓일 수도 있는데,  불확실한 상황이 안정되어 간다거나,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도전을 은근 즐기게 된 것 같다. 무언가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극제가 되어 준다. 



야간작업이나 주말 작업은 일상적이다. 소위 말하는 ‘워라밸'의 시선에서 보면 극혐일 수도 있는데, 농장팀 전원이 그런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나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엔씽 연구동이자 1호 농장이기도 한 용인 농장에서. 농장을 처음부터 셋팅하고 안정화시키려는 단계였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안정화까지 넉넉히 6개월이면 되려니...싶어 장기적 시점에서 ‘커리어'로 보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안정적 직장 생활’에 흥미가 없다보니, 안정화되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의 그런 생각은 상당한 오만 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 7교시> 중 by 정세랑


“그거 알아? 우리가 먹는 음식과 이름이 같아도 맛은 꽤 달랐대.”


미조는 옛날 음식의 맛을 궁금해했는데, 아라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옛날 음식과 가장 유사한 것은 기념일에 나오는 재현 음식일 것이다. 전통 음식을 가능한 수준까지 모방했다는데, 그마저도 아라의 입맛엔 너무 자극적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 그렇게 몸을 병들게 하는 걸 먹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라는 평소의 식단을 선호했다. 개인의 건강에 완벽히 맞춰 공급되는 데다ㅡ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아무것도 해치지 않고 오염시키지 않고 생산되는 식량의 부드러운 맛… 2백년 사이 추구하는 맛 자체가 바뀐 것이다. 


수온 상승과 바닷물 산성화로 온 바다의 산호가 녹아 사라진 것은 2050년 경의 일이었습니다. 바다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것처럼, 멸종도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류의 65퍼센트,파충류의 40퍼센트, 양서류의 78퍼센트, 조류의 55퍼센트, 포유류의 34퍼센트가 21세기 끝 무렵까지 멸종 했습니다. (중략) 20세기 중반부터 어떤 궤도가 그려질지 알고 있었으면서, 150년 동안 막지 않은 것의 결과였습니다. (중략) 그리고 2098년에, 인류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살아남은 철새들이 혼란에 빠져 이동 경로가 바뀌었고, 이상 기후로 심각한 홍수를 겪고 특정 모기들이 훨씬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며 발생한 변종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로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만 종종 뇌염으로 사망하곤 했습니다. 2098년 지독한 돌연변이가 일어나자, 감염된 사람들의 뇌가 순식간에 녹아내렸습니다….(이하 생략)


인류는 120억에서 40억이 죽고 80억, 살아남은 80억이 전쟁을 시작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전쟁이었다. 






박성훈...그의 이야기

원예와 조경을 복수전공 하였다. 특히 조경학과의 경우 프로젝트별로 커리큘럼이 짜여지다 보니, 학부때부터 밤샘에 익숙한 편이었다. 한때는 야간 작업이 더 잘 맞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체력의 한계점까지 극한으로 몰리다 나오는 결과물이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군대도 빡세게(?) 해군입대. 한번 몰입하면 깊게 파고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커피와 담배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근래들어 조금씩이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생산관리부터 작업, 판매 이전까지 모든 작업을 다룬다. 농장 내 재배기나 시설, 솔루션 환경을 만드는 제습과 조명제어 센서를 아우르는 재배, 생산에 관한 시설 관리가 포함된다. 


현재 용인 농장은 시판 중인 바타비아, 버터헤드, 로메인 3종의 레시피 안정화는 물론 대량 생산과 출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많은 발판들이 마련된 상태로, 신규품종이나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연구동, 이천과 같은 신규 농장 론칭을 앞두고 농장 운영의 시스템과 오퍼레이션 작업을 고도화 하는 작업이 고루 진행되고 있다. 


큐브 os를 이용해 농장 환경을 제어하는 모습



농장 관리와 성장 기회     


큐브(농장)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농장에서의 니즈와 소프트웨어 개발방향, 그리고 기구 설계와 같은 CA의 합이 맞춰질 때 최적화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큐브는 기능의 개선을 넘어, 최신의 고도화를 위해 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조율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기에 이전보다 더 긴밀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합류하는 크루들의 면면을 보면, 신입이냐 경력이냐의 문제라기 보다 확실히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어차피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공평하게 핏(fit)을 서로 맞춰볼 수 있도록 ‘인턴쉽' 단계가 다른 부서나 사업부보다 필요한 것도 같고. 현재 용인 농장 매니저 3인방 역시 신입으로 입사하여 농장 사이클을 두루 거쳐 모두 경험하며 매니저로 자리매김 한 케이스다. 용인 이후 이천 등 지역이 확장되면, 이들이 먼저 파견되어 세팅부터 농장 운영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할 재목들이다. 농장 크루들은 나를 포함해, 본인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성장 기회는 무궁하다. 무엇보다 어느 특정 분야나 개인이 돋보인다고 잘 되는 일이 아니다보니, 아마 HQ나 엔씽 어느곳에 비교해도 팀워크나 농장 내 분위기는 최강이라고 자부한다. 


내부적으로는 농장 크루들의 안전과 효율성에 집중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끊임없는 코스트 절감에 도달하려면 운영에 관계된 모든 데이터를 채집하는 것이 기본이다. 엔씽이 하나의 ‘우주선(space shuttle)’이라면,  큐브(농장)은 탐사선과 같다. 농장 크루들은 탐사선에 온보딩한 스태프가 되는 셈이다. 우리의 목표는 정확한 탐사활동으로 곧 론칭할 이천 농장(약 38개 동 규모)은 물론, 100동 이상 규모의 큐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육묘동 재배동 수확 전까지는 8~90% 정도 자동화는 이미 이뤄졌다. 반면, 파종이나 정식, 수확, 패키징 등 생산 작업에는 아직 사람의 손을 거치고 있다. 이런 부분들도 R&D부서에서 자동화 연구와 기술개발이 진행중인 걸로 알고 있다. 


농장그룹 그룹장 신명섭님과의 회의



‘불완전함'과의 공생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 안정에 대한 불안함이 더 크다. 왠지 뭘 더해야 할 것 같고. 농장 운영 상황도 실시간 확인을 해야 한다거나 문제 발생시 빠른 조치에 대한 강박이 있는 점도 인정한다. 사실 지금의 OS는 민감한 부분까지 감지가 가능하고 알림 설정 또한 상당히 고도화가 진행된 상태다. 그냥 오랜 습관 같은 거다. 인터넷이 단절된다거나...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간이 지날 수록 나도 모르게 농부의 마음이 되어 간다. 농부가 농장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고들 하는데...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고. 


난방과 냉방이 교차해야 하는 상황에서 냉난방 데이터가 서버 용량 초과로 반영이 되지 않아 난방만 계속 공급되는 사고가 난 적도 있다. 물론 연구 단계이긴 했지만. 농장이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각종 테스트를 병행하다 보니 식물이 만날 수 있는 생리장애는 거의 다뤄 본 것 같다. 당시엔 온통 걱정 투성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데이터가 쌓일 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건 진리인 것 같다. 


아직도 습관처럼 수시로 OS를 들여다 본다. 큐브와 OS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록 운영에 유연성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반영된 데이터들은 결국 크루들의 협업과 끊임없는 팀워크의 결과들이다. 결국엔 사람이다...는 맥락없는 결론도 내 보고. (웃음)


농장 운영에 대해 요구하는 점이 많은가? 


시장의 기준이라기 보다, 엔씽의 기준점 자체가 높다. 스마트팜 출하 작물들은 아직은 시설과 설비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단계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동등하게 평가 받아야 하는 거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한 이상 모든 것이 핑계가 될 수 있다. 작물 퀄리티나 중량은 기본이고 작물의 식감과 향, 가령 로메인같은 경우 고급스러운 맛을 잡아줄 수 있는 차별포인트까지, 최대한 깐깐하게 작물 레시피 수준을 올려 두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엔씽큐브(Cube) 에서 키우는 버터헤드



화성에 간다는 것…?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화성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화성 여행이 일상화 된다고 해도 비용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화성에 농장을 짓는다면, 그곳에서도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할거다..싶다. 그리고 난 선뜻 자원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