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 SR팀] 김기훈 크루


크루농장계의 '샤넬'을 빚다.


<열, 에너지, 그리고 농장> 

일상적으로 이해되는 난이도는 아니다. 업무 최대한 ‘쉽게’ 표현해 본다면?


시스템 최적화와 공조 방열 부분 직군에 대한 채용이었다. 입사시점에서는 설비와 공조 관련 업무 포지션이 열려 있었고, 합류 후에 내부적 진단과 검토에 따라 공조, 팬, 제습 등 부분을 포함한 전반적 재정비와 고도화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팬더믹 이후 더욱 긴박해진 국제적 에너지 상황이나 기류의 변화, 다시말해 기업의 영리활동은 물론 산업의 전반적 기울기가 지속가능성과 ESG를 고려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효율에 대한 상용화와 연구, 개발이 전면적으로 대두된 것도 맞다. 


이전 일했던 분야도 열 관리(thermal management )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현재는 재배기 업무와 분리해 시스템 위주 업무로 세분화, 정량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전력관리나 공조 등 농장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들의 필요한 부분은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절감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에너지 퍼스널 트레이닝 같은 개념이다. 


이번에 론칭한 이천 농장만 해도 산업용 전력을 사용함에 따라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에너지 상한선이 이미 형성된 상황이다. 기존 큐브 모델에서도 더욱 정교하게 파고들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식이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풀어야 할 숙제고. 



김기훈 님


“요즘 말하는 에너지… 대단히 광범해진 느낌이다. 에너지와 연료,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지금의 기후변화까지 거대한 연결고리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어찌보면 일상으로 들어온 에너지에 대한 고민들.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스마트팜과 에너지. 그렇다 극적으로 표현하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데 또 반드시 최소화 해야 하는…서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이나 서로 필요한 불가분의 관계처럼. 


컨테이너 농장이기 때문에 단열재 두께 문제나 습도, 온도 편차와 같은 부분가지 농장 이외의 건축물이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까지도 에너지의 ‘소모도'로 구분한다. 여기를 출발점으로 아직 존재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된 농장 모델(end goal)을 구현해 가는 가는 과정

(break down)이라고 보면 된다. 같은 이유로 현재 모든 것들을 데이터화, 정량화 하는 것이고. 


엔씽의 농장은 앞으로도 그 목적과 효율에 따라 그 형태가 컨테이너이거나 건물, 혹은 이외 다양한 공간과 재질로 구현될 수 있기에 우리가 하는 일이 때론 심각하게 정밀하거나 나노 단위로 비쳐질 수 있을지라도 우리에겐 작은 오차, 수치 하나가 소중하다. 

 

가령 LED의 경우도, (물론 이전 전구에 비하면 훨씬 가벼원 진 상태이지만), 광효율만 따진다면 전력이 100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광이 나오는 만큼 열도 많이 빠져나온다.(40% 수준) 결과적으로 공조나 습도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열'과 ‘광'의 효율성을 고려해 다른 소재나 구조까지도 검토해 볼 수 있는 거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고 그 기준은 하나다. ‘가장 완벽한 큐브’. 물론 세상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그렇듯, 농장 역시 업그레이드는 계속 되겠지만 매 단계마다 눈 높이를 최대치에 맞추려 한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학부와 석사 모두 기계과 (mechanical engineering)다. 기구설계, 콘트롤, 로보틱스,열유체로 구성된 과였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진로 지도를 위해 컬리지 어드바이저(College Advisor)가 졸업생 대상 특강과 상담을 진행하는데, 스스로에 대한 의향과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들어갔다. 특정 ‘과’를 정하기 어려우면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을 토대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하더라. 


그리고 어릴 적 나의 최애 워너비이던 ‘레고(Lego)’가 떠올랐다. 


기훈님의 레고 장식장


작고 앙증맞은 블럭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설명서대로가 아닌 내 맘대로 레고를 쌓고 리뉴얼하기를 수없이 했다. 상상하는 것들이 눈 앞에서 모양을 잡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어느 날은 텔레비전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자동차가 움직일 수도 있다는 프로그램을 보고, 레고 자동차에 태양광 패널을 달면 그 차도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동네 철물점 주인아저씨에게 생떼를 쓰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을 사고 싶다고. 


소프트웨어를 염두해 컴퓨터 공학을 고민하다 기계과로 입학했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기본은 결국 하드웨어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몇 학기를 보내다보니 생각과 다르기도 했고, 기계과 전공(해당 과 내에 열유체를 포함한 4개 전공이 있었음) 중 열유체학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형의 움직이는 것들을 수치화 하고, 눈으로 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에 신비로움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졸업 후 자연스럽게 열유체에 연관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혁신으로 허락된 ‘상상의 자유' 


주책맞지만 자문자답에 익숙하다. 

‘서울에서만 바타비아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과 같은.  

마찬가지로 해외 어디에선가 재배되는 신선한 먹거리를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궁극의 농장이 된다면…?’ 단순하게 인구 분산도 가능하지 않을까 종종 상상해본다. 대도시에 산다는 건 도시의 인프라와 혜택을 누리는 거다. 완벽하게 구현된 스마트팜이라면 굳이 복잡한 도시에 거주하지 않아도 먹거리와 스마트 라이프 스타일을 동시에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곤 한다. (물론 정말 단순 상상이니 오해는 말아달라) 요컨데, 나는 지금 농장을 데이터화하고, 정량화 하고 수치화하는 일들 하고 있지만 넓게 보면 ‘삶의 질'에 대한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일이 정말 자랑스럽고 가치롭게 다가온다. 애착도 커지고. 


사실 이전까지의 회사생활에서는 일과 삶을 극단적으로 분리하던 시절도 있었다. 듣기 좋은 말로 ‘워라밸'. 그냥 그랬다. 야박하게. 엔씽에서는 자기 전에도 생각나고…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 덧 이렇게 바뀐 내가 나도 믿기지 않는다.  




[상상더하기] 하나.

자기 전에 엔씽을 생각(?)한다면…(당최+대체+왜…!)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한마디로 대중없다. 엔씽 콘테이너 농장이 우주에 가려면 지금의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세워야 하는데…부터 시작할 때도 있다. 우주 발사체는 아직까지는 수직 발사형태이지 않은가. 우리 농장은 쉬핑 콘테이너(shipping container)형태로 눕혀진 형태로 쉬핑이 되고 있어 물류에 적합하다. 그런 농장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 세운다면, 농장 내부는 어떻게하나..? 생각도 해보고, 그렇다면… 재배기와 구조물 고정은…? 이런 저런 생각이다. (웃음) 




[상상더하기] 둘.

엔지니어가 커피를 볶는다면? 

커피 로스터 Kihoon


원래는 커피 맛도 몰랐고 마실 줄도 몰랐다. 밤을 세우는 일이 많아질 즈음부터 자주 마시게 되었다. 졸업하고 미국에서 취업을 했다. 너무 좋은 기회였고,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으로는 좌절의 시간이 닥쳐왔다. 고민과 갈등이 깊었고, 뜬금없이 ‘명색이 ‘공돌이'라면 실리콘밸리에 점이라도 찍어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무작정 편도행으로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도착해 어느 유명하다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기분탓일수도 있는데 난…신세계를 맛봤다! 


LG 연구원으로 한국에 와서도 문득 문득 그날의 커피맛이 생각났다. 손꼽힌다는 커피숍을 찾아다녀 보기도 하고, 연구원 생활에 지쳐서였는지 맹목적이었다. 찾아다니기에 지칠 즈음 커피 로스팅을 직접 공부하기로 했다. 커피콩이라는게 정확한 온도와 중량, 공기나 산도 같은 것이 맛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 의외로 공학적이라는 생각에 나랑 잘 맞는것 같기도 하고...실제 엔씽 합류하기 전까지 동네 작은 커피숍에서 로스터로 일했다. 


커피봉사 하던 시절



엔씽, <에너지 개론>

엔씽에 오고 싶은 이유도…여기라면 우주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었다. 

엔씽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하는 모습이 좋았고, 여기서 추구하는 시스템의 신뢰성이나 품질을 위해 비록 겉으로 도드라지진 않지만 이것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세한 디테일들을 내가 잡아갈 수 있다면,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성덕이라고 생각했다. 


‘디테일’이라는 것. 

세상에 존재하는 소위 ‘명품’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자칫 비슷해 보이기까지하는 가방이나 구두일지라도 착화감이나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안감 라이닝에 말아넣은 박음질까지 그야말로 ‘한땀 한땀'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완성도, 요컨데 ‘웰메이드’다. 


그런 의미에서 엔씽이라면, 일명 ‘농장계의 샤넬’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디자인’이라는 강점도 갖고 있다. 인하우스 스튜디오를 보유한 유일한 농장아닌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큐브는 진화를 거듭할 것이고, 결국엔 농장계의 명품으로 자리매김 하지 않을까?




What’s next…?  ft. Cube Architecture Team


LG 연구팀 근무당시 유독 박사님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팀내 좋은 시너지였다. 흔히 ‘박사’라는 타이틀이 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자조적인 분위기가 있다. 학위… 그저 자격증 하나 더 있는 거라고. 그만큼 현실이 척박하기도 하니 무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닌 고유의 가치가 있다.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라고 해도 좋고, 해법을 풀어가는 방식이라 봐도 상관은 없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 아카데믹한 과정으로 접근법을 연구해 보는 방식은 지극히 세련되고 전문적이다. 비단 그것이 학계든 내가 있는 산업 현장이든 문제는 언제나 발생하거나 존재하지 않겠는가. 난 항상 그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고. 그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때론 놀라울만큼 순수하기까지도 한) 집중력만큼은 어떤 문제를 마주해도 해법의 단초를 찾아가는 마법과도 같은 노력으로 보였다. 그들이 보여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내게 좋은 러닝이 되었다. 우리팀 업무로 끌어들여 보면, 작업중인 농장 내 각종 데이터들을 생산성 지표로 셋팅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더디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는 긴 싸움인데, 즉각적인 성과에 익숙한 보통의 기업환경이라면 팀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고. 그럼에도 큐브가 내재한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치화, 정량화하여 연구와 개발에 대한 성과는 물론 동기부여가 가능한 구심점을 맞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