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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인터뷰
제목 CES 2020 최고혁신상 수상한 ‘엔씽’, 컨테이너에 조성한 첨단 스마트농장 ‘수출 대박’
보도일자
2019.12.30 매일경제 [원문링크 : ]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회색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서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나 있을 법한 에어샤워 부스를 지나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싱싱함을 머금은 푸르른 채소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라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수직농장(실내에 수직 형태로 수경재배 시스템을 갖춘 자동화 농장)’을 개발한 팜테크 스타트업 엔씽(n.thing)의 컨테이너 재배농장의 모습이다.

이 농장은 노지재배나 온실과 달리 완전히 밀폐된 컨테이너 안에서 모듈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전용 OS 등의 기술을 접목해 식물별로 최적의 물, 양분, 온도, 빛, 공기를 자동 제어한다.


씨뿌리기와 수확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정이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재배되는 채소들은 수요에 기반한 신선채소 및 고부가가치 특수 채소류다. LED 조명을 광원으로 사용하는데 각각의 채소별로 밝기는 물론 열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 결과 4계절의 변화와 관계없이 1년 내내 균일하고 품질이 우수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후 특성상 국내에서 재배하기 힘든 식물인 타이 바질과 같은 품종도 현지 국가의 기후환경을 재현해 농사가 가능해진다. 보통 상추 등 잎채소의 품질과 가격이 날씨나 계절에 따라 크게 바뀌는 것과 달리 엔씽은 고정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채소공급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미 여러 국내 스타셰프들과 파인다이닝 등이 고객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He Is…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2010년 외삼촌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비닐하우스 토마토농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농업의 4차 산업혁명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2012년 한국전자부품연구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농업과 접목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구체화해 2014년 1월 엔씽을 창업했다.

생산성 최대 100배, 척박한 중동에 농장 수출

컨테이너 농장의 장점은 무엇보다 효율성이다. 컨테이너를 위로 쌓을 수 있고 옆으로 나란히 붙여서 배치해 이동거리도 최소화할 수 있다. 40피트 컨테이너 100개면 약 8만 평 농장과 맞먹는 규모의 농사가 가능하며 작물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생산성(시금치 기준)은 노지재배에 비해 100배 이상 높다. 경기도 용인 농장에서 키운 다양한 채소들을 독자브랜드를 통해 유통하고 있는 엔씽은 2020년부터는 해외수출에도 나선다.

첫 수출 지역은 농사가 거의 불가능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중동으로 컨테이너 농장 자체를 수출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엔씽은 이미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가장 덥다는 한여름에 상추 등 잎채소류의 시험재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농사가 거의 불가능한 중동에서 컨테이너 농장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실용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후 변화와 산업화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경작지가 계속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엔씽의 컨테이너 농장은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김혜연 엔씽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엔씽의 사업모델을 정의해 주신다면?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자율재배 농장’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농업의 작물 재배 방식은 온실이 모든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농부의 역량에 따라 부침이 상당히 커요. 그러나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효율을 높여서 균일하게 재배를 하면 품질과 가격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죠. 뿌리산업이 인터넷을 만나면 파괴적 혁신이 가능해지는데 농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속성을 접목하면 식물이 자라기 힘든 환경인 중동에서도 컨테이너 농장에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1년 내내 우수한 품질의 채소를 길러낼 수 있고, 한국에서 자라기 힘든 태국산 바질 등을 키워 싱싱하게 즐길 수 있게 되죠.

▶자율재배 시스템이라고 하셨는데 어디까지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나요?

▷온도, 습도, 광합성을 위한 이산화탄소 등을 조절하는 환경을 컨트롤하는 것은 100% 자동화되어 있고, 현재는 씨앗을 심어 키운 포트를 재배지에 옮겨 심고 다 자란 후 수확을 하는 부분만 사람이 합니다. 사실 이렇게 사람이 해야 하는 부분도 모두 자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는 해놨습니다. 다만 자동화 비용이 발생하다보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농장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창업 전에 비닐하우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등 여러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이었는데 지인(삼촌)의 부탁으로 창업 전에 잠시 도와드리게 됐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온실을 수출하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토마토 농장을 현지에서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후에 1년 동안 앱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한 번 사업을 접기도 했고요. 전자부품연구원에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농업과 IoT 사업을 접목하는 경험을 쌓게 됐습니다. 대학에서 실력 있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구글과 미래부가 함께 진행한 스타트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과 구글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그 상금을 가지고 지금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재배하기 어려운 품종도 재배하고 있는 게 있나요?

▷타이 바질이 있습니다. 한 셰프님이 국내 농가들과 타이 바질을 재배해 공급받기 위해 연구를 했는데 쉽지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타이의 기후와 환경을 재현해 재배하기 시작했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셨어요.




▶용인 농장에서 재배된 채소는 어디에 공급하십니까?

▷스타셰프들과 고급 레스토랑에 공급합니다. 제품의 퀄리티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죠. 레스토랑의 경우 재료의 맛이 계속 바뀌면 음식 맛도 균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시사철 안정적인 공급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MOU를 체결해 공급계약을 맺었죠.

▶현재 상추와 같은 잎채소를 주 상품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소비지 중심의 작물이 있고 재배지 중심의 작물이 있는데 쌀이나 곡류는 사실 어디서 재배해도 수출을 하면 품질에 상관이 없잖아요. 넓은 땅덩어리에서 비행기로 씨를 뿌리며 재배하는 것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해요. 그러나 싱싱함이 생명인 상추 등 잎채소의 경우는 소비지 중심 작물이라고 해서 도심 인근에서 재배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저희는 이 소비지 중심 작물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상품별로 수익성이 다를 텐데 가장 돈이 되는 품종을 집중 재배하는 게 유리하지 않나요?

▷피자에 많이 들어가는 바질이 1㎏에 25만원에 판매가 됩니다. 엄청난 가격이죠. 그러다 보니 막 쓸 수가 없잖아요. 그만큼 거래량도 적어요. 기준작물인 상추를 재배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와 거래량이 풍부하기 때문이죠.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것이죠. 거래 규모가 작으면 물류비용도 그만큼 증가하기도 하고요. 수익률만 보면 비싼 작물만 소규모로 재배를 하면 유리할 것 같은데 사실 농장단위로 운영해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꾸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추를 재배하는 것이 사업지속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초기부터 수출 시장을 바라보고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개발단계에서부터 국내의 종합상사기업들과 많은 논의를 했었어요. 중동에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작했고 수출이 아주 용이한 컨테이너를 선택한 것도 중요한 요소였죠. 컨테이너의 특징은 항구만 있으면 수출이 가능하고 규격도 시장에서 표준화되어 있어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편하다는 것이죠. 모듈화가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컨테이너 수를 늘려 복사·붙여넣기를 하면 대규모 농장을 만들 수 있어 상업적으로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여러 연구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의 경우에는 외부온도가 높아 컨테이너 재배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대로 중동국가들은 뜨거울 때는 외부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고 직사광선을 받는 곳은 더 높습니다. 노지재배는 물론이고 비닐하우스 등의 온실도 무의미하죠. 반면에 컨테이너는 완벽하게 빛을 차단함은 물론 완벽한 단열이 가능합니다. 흔히 옥탑에 있는 컨테이너를 생각하실 수 있는데 관련기술도 많이 발달해 우수한 단열효과를 통해 환경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빛, 열, 이산화탄소, 습도 등 각 식물에 최적화된 기후환경을 저희는 ‘레시피’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요소를 스스로 맞추고 유지하는 시스템이 저희의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 농장을 판매한 이후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농장을 판다고 끝이 아니고 농장에 필요한 배양액 종자 등 소모성 자재들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큐브 OS 농장운영 소프트웨어 사용비용을 기간단위로 받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할인을 하죠.(웃음) 현지에서 농장관리를 할 직원을 고용하면 초기에 트레이닝을 하는 비용도 받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환경제어의 경우는 한국에서도 관리가 가능합니다.




스마트팜 기술로 CES 최고혁신상 쾌거

엔씽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IT 기업에 가깝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시스템 개발자다. 수십 개의 특허를 보유한 엔씽의 스마트팜 기술은 올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LG전자의 롤러블TV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마트시티 부문에서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안정적인 환경 제어 기술을 갖춰 고품질 작물을 연 최대 13회까지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이다.

▶일반적인 재배방식에 비해 효율성은 얼마나 올라가나요?

▷노지재배는 매년 기후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해당 농사가 흉작이면 가격변동폭도 심해지고요. 일단 그러한 위험성이 저희 농장에는 없죠. 수확량은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상추를 예로 들면 컨테이너 하나를 놓았을 때 노지재배에 비해 40배에서 10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컨테이너를 3층으로 쌓는다고 하면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더욱 커지겠죠.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농산물의 특징이 있을까요?

▷가격경쟁력은 물론 조도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야 키울 수 있는 작물의 종류도 더욱 늘릴 수 있거든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식품에 함유된 성분비율을 조절하거나 과일의 당분을 높일 수도 있어요. 오늘 오전에 제약회사랑 미팅을 하고 왔는데 허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냐는 것이에요. 허브추출물을 약에 첨가하는 데 안정적인 공급에 함유량이 높은 품종을 원하시더라고요.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물의 세부적인 성분과 과일의 당도를 조절하는 데 인위적인 장치가 추가되나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과일을 생산하는 지역들이 있잖아요. 비결은 사실 기후거든요. 그런데 기후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 저희는 최적의 환경 데이터를 연구하고 고려해 일종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죠. 이러한 조건이 조성되면 맛있는 과일을 기후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아삭아삭한 상추를 원하면 온도를 조금 낮추고 빛을 강하게 바꾸면 천천히 자라면서 조직이 치밀해져요. 유사하게 환경적인 요소를 조금씩 바꿔가며 농작물의 품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이죠.

▶CES 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받게 됐는데요?

▷저도 사실 선정소식을 듣고 조금 놀랐습니다. 농장이라고 하는 카테고리가 최고혁신상을 받는 것도 처음이고 국내 스타트업이 최고혁신상을 받는 것도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영광이죠.(웃음)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기존 농부들의 저항은 없나요?

▷쌀 농사도 실상 거의 기계가 하고 있잖아요. 농부의 숫자는 매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시골에서 온실에서 일하는 분들도 이제 거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농업종사자 비율이 5%를 깨고 빠르게 내려가고 있
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우 1%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고 있거든요. 농부의 역할이 이제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탈피해 재배 데이터를 연구하고 물류와 유통에 더 주력해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농업의 롤모델로 네덜란드를 많이 얘기해요. 작물 자체를 수출하는 것도 많지만 생산기반인 온실, 자재, 컨트롤할 수 있는 솔루션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수출하는 게 더 크거든요. 유리온실 가지고는 네덜란드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면 저희는 다음 기술이 이것이라고 본거죠.

▶장기적인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 주요 도시마다 농장을 짓고 신선하고 깨끗한 채소를 공급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먼 꿈이 있다면 화성까지 진출하고 싶습니다.(웃음) 미국, 유럽 등은 이미 2025년까지 우주 거점을 짓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때 되면 거창하게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무엇인가를 먹기 위해 농장을 만들 때 저희의 기술이 쓰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투자자분들도 ‘같이 화성까지 가시죠’라며 힘을 주시기도 하시고요. 이런 꿈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열심히 회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