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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HING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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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인터뷰
제목 [Weekend Interview] 모듈형 컨테이너 스마트팜 수출하는 김혜연 엔씽 대표
보도일자
2019.12.27 매일경제 [원문링크 :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12/1090394/]


김혜연 엔씽 대표가 서울 강남 선릉로 본사에서 스마트화분을 소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
무선인터넷이 집집마다 보급되기 시작했던 2001년, 처음 접한 정보기술(IT) 세계에 푹 빠진 열일곱 살 소년이 있었다. 프로그래밍 공부에 열중하던 소년은 몇 달 후 재학 중인 학교의 공식 홈페이지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학교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소상공인들에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얼마간의 용돈을 벌기도 했다. 왕성한 호기심과 강한 실천력의 소유자, 바로 김혜연 엔씽 대표(35)다.
김 대표는 2007년 군 제대 후 연예기획사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연예인 매니저 일도 시작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기획사가 갑자기 망하면서 평온했던 삶에 문제가 생겼다. 개인 카드로 담당 연예인의 식사 등을 지불하고 사후에 정산받는 시스템인데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수백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된 것이다.

돈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했다. 우선 각종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고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그러던 중 SK텔레콤으로부터 IT 트렌드를 함께 분석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글로벌 모바일 산업은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전례없는 변화를 맞이한 상황이었다. 미래학자들과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을 공부한 두 달의 시간은 김 대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식욕`에 IoT 기술을 접목한 `엔씽(n.thing)`은 그렇게 탄생했다. 먹거리의 핵심 재료인 채소가 통제 불가능한 자연환경에만 크게 좌우되는 것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김 대표는 재배조건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모듈형 컨테이너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해 강수량, 일조량 등에 상관없이 균질한 작물을 길러내는 엔씽은 국내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등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엔씽 본사에서 `무조건 잘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났다.

―농업에 IT를 활용하게 된 계기는.

▷IT 트렌드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IT 관련 서적이 전부 영어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로 곧장 영국으로 가 구매대행센터에서 일하면서 영어를 익혔고, 디자인학교 단기과정도 수료했다. 1년 뒤인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비닐하우스 제작업체를 운영하던 삼촌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당시 삼촌은 우즈베키스탄의 한 토마토 농장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주기로 한 상태였다. 영어로 소통하고 컴퓨터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삼촌 회사에 합류해 일하는 동안 우리나라 농업 기술력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농업이 뻗어나갈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스마트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2012년 내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어느 블로그에서 전자부품연구원(KETI) 관계자가 쓴 IoT 관련 글을 보게 됐다. 그분에게 곧장 메일을 보내 IoT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피력했다. 덕분에 1년간 KETI의 위촉연구원으로 개방형 IoT 플랫폼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때 아이템으로 고안한 것이 스마트팜이었다. 삼촌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당시 개발한 제품은 화분 형태의 가정용 작물 재배기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화분에 물을 줄 수 있는 제품이었다. 농업을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은 집에서 화초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화분 형태의 가정용 작물 재배기가 지금의 엔씽을 있게 한 주춧돌이라고 들었다.

▷2013년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 구글, 인터넷진흥원 등이 글로벌 K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주최했다.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한양대 에리카)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가진 친구들을 모아 스마트화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플랜티`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때다.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 50개 팀 안에 들었다. 이후 플랜티의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 테스트를 위해 핵심 기능만 담은 기본 모델)을 제작해 최우수상과 구글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때 받은 상금 2000만원으로 2014년 1월 엔씽을 설립했다.

―엔씽 탄생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플랜티가 화분 콘셉트의 제품이다 보니 기능뿐 아니라 모양도 훌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디자이너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일면식도 없었던 산업디자인학과 학생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계 3대 대회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탈 만큼 실력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는지, 실제 그해 열린 레드닷 어워드에서 최고의 상을 받은 학생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학생 역시 화분을 만들어 대회에 출전했다는 점이다. 작물마다 물 주는 양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 주변 온도, 습도뿐 아니라 물의 양을 개별적으로 체크해주는 화분 센서를 고안해낸 것이다. 학생과 만난 자리에서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곧장 독일행 비행기표를 끊어주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엔씽을 운영해오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2015년 4월 플랜티가 미국 시장에 소개되며 한 달간 10만달러 이상 판매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커져갔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농업 시장인데 어느 순간 보니 그저 화분만 만드는 회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설립 3년 차에 퀀텀점프가 필요해 농장 모니터링용 IoT 센서 개발에 착수했는데 쉽지 않았다. 특히 자본이 부족했다. 1년 반 정도 집 없이 회사에서 먹고 자야 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그 와중에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현금서비스까지 끌어다 썼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2017년 여름 컨테이너형 스마트팜(플랜티큐브)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엔젤투자 받은 걸로 2018년 서울 성북구 미아동에 3동짜리 플랜티큐브를 구축했다. 1년간 재배 테스트를 거치며 성능을 인정받은 덕분에 벤처캐피털로부터 약 25억원 규모의 시리즈A(아이디어를 정식 서비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단계) 투자도 유치했다. 이를 발판 삼아 올해는 경기도 용인에 16동짜리 플랜티큐브를 구축했다. 연 생산 규모는 약 30t이다. 마음 맞는 직원들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나선 것이 결실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엔씽이 일반 스마트팜과 다른 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팜은 온도 센서가 설치된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정도를 의미한다. 엔씽의 플랜티큐브는 입력된 데이터값에 따라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가 제어하는 플랫폼이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사람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자율주행차인 셈이다. 같은 작물이라도 데이터값을 달리해 다양하게 재배할 수 있다는 것도 플랜티큐브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 다량의 상추를 주문한 고객사가 `일부는 일반 상추보다 좀 더 달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할 때 그에 맞는 컨테이너 환경을 설정하면 바로 수확할 수 있다.

농장의 운영 방식도 다르다. 보통은 작물을 키운 다음 시장에 내다파는데 우린 거꾸로 먼저 팔고 나서 심는다. 선주문 후재배 구조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손실 나는 게 전혀 없다. 출고될 때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 중 하나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엔씽 플랜티큐브(모듈형 컨테이너 농장)에서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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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키우는 작물과 앞으로의 재배 계획은.

▷현재 재배를 앞둔 작물은 샐러드용 채소를 비롯해 50가지가 넘는다. 당뇨나 신장 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채소도 개발 중이다. 기능성 채소란 유전자 조작이 아닌 주변 환경을 제어해 특정 성분을 늘리거나 줄인 작물을 일컫는다. 특히 채소에 들어 있는 염분인 질소와 칼륨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간 질소와 칼륨 때문에 채소를 데쳐 먹어야만 했던 저염식 환자들에게 아삭아삭한 식감을 되찾아주자는 것이 목표다. 또 머지않아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들어가는 특용작물도 재배할 계획이다. 이미 몇 가지 요청받은 건이 있다.

―해외시장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

▷플랜티큐브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을 당시 아랍에미리트의 한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농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올해 7월 아부다비에서 재배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달 26일 컨테이너 8동이 아부다비로 떠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등 또 다른 중동국가를 비롯해 러시아, 싱가포르, 태국으로도 플랜티큐브를 수출할 계획이다.

―엔씽의 비전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이 농부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채소를 맛볼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모듈형이기 때문에 컨테이너만 이어 붙이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플랜티큐브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에 있다. 식품가공공장 옆에 컨테이너 농장을 설치할 수 있다. 수확한 작물이 농장에서 공장 혹은 매장으로 가는 데 1시간도 채 안 걸리는 셈이다. 식품의 B2B 영역에 콜드체인을 완성해 극신선 재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